1박이 짧아서 다시 왔다
몸과 마음이 요즘만큼 지쳤던 때가 있었으려나. 문득 따뜻한 곳에서 수영하고, 스파를 받으며 쉬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2025년 12월 크리스마스에 처음 찾았던 JW 메리어트 깜란 베이 리조트 & 스파. 그때의 1박은 짧고 아쉬웠다. 이번에는 적당한 연휴도 있어 하루를 늘려 2박으로 잡았다.

그사이 로비의 커다란 반얀트리는 조금 더 초록빛이 돌았다. 천장 가운데 열린 하늘을 향해 가지를 넓게 뻗은 모습은 여전했다. 높은 천장에 앞뒤까지 탁 트여 있어, 들어서자마자 공간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처음 왔을 때부터 마음에 들었던 풍경을 다시 만나니 반가웠다.
소파 뒤의 커다란 나무 그림 옆으로는 실제 정원이 보였다. 실내에 들어와서도 나무가 시야에서 떠나지 않는 로비다.

이번에는 또 무슨 문제가
지난번 방문기에 적어두었듯 레이트 체크아웃을 두고 실랑이가 있었던 터라, 이번에는 출발 전에 메리어트 본보이 플래티넘 회원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오후 4시 체크아웃을 요청했다. 안 된다고 하면 차라리 다른 계획을 세울 수 있게. 호텔에서는 이번에는 레이트 체크아웃이 가능하고, 리셉션에서도 알 수 있도록 메모를 남겨두겠다고 했다. 그렇게 확답을 받고 출발했다.
처음 배정받은 객실은 지난번처럼 깔끔했다. 목재를 넓게 써서 색감이 따뜻했고, 침실 옆으로 욕조와 세면 공간이 이어져 방이 한층 넓게 느껴졌다. 발코니 유리문 너머로는 호텔의 수목들이 보였다. 방 안에서도 숲에 둘러싸인 듯했다.


네스프레소 캡슐 머신과 깨끗한 전기 주전자도 준비되어 있어, 객실에서 커피나 차를 마실 수 있었다.

체크인 후 바로 앞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돌아와 보니, 분명 켜두고 나갔던 방 안의 불이 꺼져 있었다. 직원이 턴다운 서비스를 하고 간 건가 싶어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와이프와 방에서 저녁을 시켜 먹는 동안 객실의 모든 전등이 자꾸 꺼지기 시작했다. TV는 켜져 있는데 딱 불만 꺼지는 상황. 한 시간쯤 지나 꺼지기도 하고, 다시 켠 지 5분도 안 돼 꺼지기도 해서 종잡을 수가 없었다.
프런트에 연락하자 전기 기술자가 올라와 방을 살펴봤다. 일단 모니터링하겠다고 했고, 프런트에서는 문제가 계속되면 옆방으로 옮겨주겠다고 했다. 저녁도 제대로 못 먹었는데 풀어놓은 짐까지 다시 싸야 한다니 짜증이 조금 올라왔다. 지난번 레이트 체크아웃 때의 실랑이도 떠올랐다. 이번에는 기록을 남기기로 하고, 본보이 앱에 조명 문제와 점검으로 식사를 방해받은 상황을 적어 부분 환불이나 포인트 보상을 요청했다.
방으로 찾아온 사람은 지난번에 만났던 그 매니저였다. 사과하는 와중에도 타이밍 좋게 불이 또 꺼졌다. 매니저가 너무 당황해하니 나도 조금 미안했다. 그렇다고 올 때마다 생기는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도 없고.
매니저는 당장 짐을 옮길 필요 없이 두 방을 함께 써도 된다고 했다. 다음 날에는 비치프론트 풀빌라로 옮겨주고, 오후 4시로 예정된 체크아웃도 자정까지 연장해주겠다고 했다. 본보이 1,000포인트도 제공하겠다는 제안이었다.
풀어놓은 짐을 당장 다시 싸야 한다는 부담부터 덜어주는 대응이었다. 남은 시간을 편하게 보낼 수 있도록 신경 써주셨다는 생각이 들어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번에는 더 실랑이하지 않고 이야기를 마칠 수 있었다.

그래서, 비치프론트 풀빌라로
그날 밤에는 제공받은 옆방에서 잘까 하다가 그냥 원래 방에서 일찍 자기로 했다. 수월하게 옮기기 위해 짐도 어느 정도 다시 싸두었고. 다음 날 오전 9시에 조식을 먹고 산책한 뒤 돌아와 빌라로 옮겨달라고 요청했다. 버기카를 타고 정오 무렵 빌라에 도착했다.

빌라에 들어서자 개인 수영장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둘레에는 야자수와 관목이 자라고, 수영장 곁에는 파라솔과 작은 정원이 자리하고 있었다. 적당히 프라이빗한 느낌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면 소파와 테이블이 있는 거실이 먼저 나오고, 그 안쪽으로 세면 공간과 침실이 이어졌다. 거실 유리 너머로 빌라 앞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침대는 푹신푹신했고, 이불 커버는 보드라웠다. 이불을 덮으면 몸을 감싸듯 포근하고 따스해졌다.
침실에서도 바깥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반대로 밖에서 보면 유리에 비친 야자수와 실내의 침대가 한 장면에 겹쳤다.

욕실의 긴 세면대 맞은편에는 유리 너머로 야외 욕조가 보였다. 침실과 거실뿐 아니라 욕실까지 바깥과 이어지는 구성이었다.

야외 욕조는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옆에서 들여다보는 시선은 가리면서 위로는 하늘과 야자수 잎이 보이게 해두었다. 빌라 옆으로 난 좁은 길을 따라가면 다시 앞쪽 잔디 정원으로 이어지는 구조였다.


정원 끝에는 해변 쪽으로 나가는 목재 문이 있었다. 낮은 돌담 너머로 야자수와 바다가 보였다. 방 안팎을 충분히 사진에 담았으니 이제 수영할 차례.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그 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햇볕 아래, 마음 놓고 수영하기
바다 수영을 하고 싶었지만 파도가 너무 세서 도저히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대신 해변 가까운 리조트 수영장으로 향했다. 이곳에서도 해변 너머 수평선까지 시야가 탁 트였다.


이날은 다른 날보다 더 화창했다. 쨍쨍한 햇볕 아래, 사람도 별로 없는 넓은 수영장을 오갔다. 평소 긴장하고 있던 마음이 조금 놓였다. 마음껏 늘어질 수 있었다.

수영하다 보니 배가 고파져 점심으로 피자와 어린이용 타코를 주문했다. 타코는 정말 작은 크기로 두 개가 나왔다. 받아보고는 조금 당황했지만, 와이프와 한 입씩 먹어보니 아보카도와 닭고기가 잘 어우러져 맛은 있었다.

메인 수영장도 여유롭기는 마찬가지였다. 둥근 화단을 따라 굽어진 물길에 야자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물가로는 파라솔이 늘어서 있었다. 사람들은 널찍하게 떨어져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 수영장에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시켜두고 수영하는 틈틈이 마셨다.

메인 풀장 옆 풀바는 지붕보다 훨씬 큰 야자수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바깥쪽 좌석뿐 아니라 물가에 놓인 의자에서도 음식을 주문해 먹을 수 있었다.

수영하고 커피 마시고, 배고프면 밥을 먹고. 따뜻한 곳에서 푹 쉬고 싶어 찾아왔는데,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이들을 위한 작은 숲
아직 아이는 없지만 리조트를 둘러보며 키즈 공간인 트리 하우스(Tree House)도 사진에 담았다. 로비에서는 커다란 반얀트리가 맞아주더니, 이곳 한가운데에는 나무 모양의 놀이시설이 있었다. 굵은 줄기에서 작은 미끄럼틀이 내려오고, 머리 위에는 초록 잎 모양 장식이 매달려 있었다. 바깥의 숲을 아이들 크기로 줄여 옮겨놓은 듯했다.

10월이라 한쪽 벽에는 커다란 거미줄과 유령, 할로윈 장식도 붙어 있었다. 흰 곡선 계단과 작은 테이블 사이에 이런 장식이 더해지니, 어른들이 쉬는 로비와는 사뭇 다른 표정이었다.

헬스장 창밖에도 초록빛
헬스장의 높은 창 너머로는 야자수와 수영장이 보였다. 거울 앞에는 덤벨과 벤치가 놓여 있고, 러닝머신을 비롯한 유산소 운동기구는 창가를 따라 자리하고 있었다.

창가 한쪽에는 바닥이 휘어진 무동력 러닝머신도 있었다.


베이킹 컴퍼니 카페
베이킹 컴퍼니(Baking Company)는 간단한 빵과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카페다. 긴 바를 따라 좌석이 놓여 있고, 짙은 초록색 타일과 목재가 어우러진 카운터 위로 둥근 유리 조명이 매달려 있었다. 바 의자의 꽃무늬 쿠션이 색을 더했다. 객실이나 로비처럼 목재를 쓰면서도 조금 더 경쾌한 공간이었다.

진열대도 알록달록했다. 꽃과 하트, 거북이 모양으로 꾸민 과자들이 나란히 놓여 있어 작은 장난감을 모아둔 것 같았다.

이틀 연속 같은 메뉴를 주문한 조식
조식은 와이프의 취향을 따랐다. 플래티넘 회원과 풀빌라 투숙객은 시푸드 그릴(Seafood Grill)에서 코스로 조식을 먹을 수도 있다고 안내받았는데, 와이프는 뷔페가 더 좋다고 했다. 그래서 이틀 모두 로비 아래에 있는 클레이 크래프트(Clay Craft)로 갔다.

뷔페 음식 외에 따로 주문할 수 있는 메뉴도 있었다.

우리는 껌땀과 에그 베네딕트, 베트남식 소고기 조림인 보 코(Bò Kho)를 골랐다. 껌땀은 밥과 고기, 달걀이 한 접시에 담겨 나왔고, 큼직한 고기가 든 보 코에는 빵이 함께 나왔다.
셋 다 맛있어서 다음 날에도 똑같이 주문했다.


뷔페에서는 소고기 쌀국수인 퍼보(Phở bò)가 특히 맛있었다. 시내에서도 쌀국수를 먹었지만, 이곳만큼 국물이 진한 곳은 없었다.
우리가 주문한 메뉴는 이틀 내내 같았지만 뷔페의 음식은 조금씩 바뀌었다. 큰 구성은 비슷해도 전날에는 카레가 나오고 다음 날에는 갈비찜이 나오는 식이었다.


다 먹고 나가는 길에는 콘에 담긴 아이스크림도 있었다. 못 참고 디저트까지 챙기고 나왔다.

놀랄 일 없는 든든한 마사지
지난번 방문에 너무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이번에도 스파는 꼭 받고 갈 생각이었다. 체크아웃이 자정까지 연장되면서, 원래는 마지막 날 받고 뽀송하게 떠나려던 계획을 바꿔 스파를 하루 앞당겼다.

스파로 들어가는 통로 양옆의 낮은 수조에는 화분이 물 위에 떠 있는 듯 놓여 있고, 그 위로 나무 그림자가 졌다.

30분 전에 오면 사우나도 즐길 수 있다고 안내받아 조금 일찍 도착했다. 옷을 벗고 아무도 없는 사우나실에 들어가, 밝은 목재로 둘러싸인 작은 공간에서 몸을 데웠다.


와이프와 함께 들어간 트리트먼트룸에는 베드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작은 싱잉볼이 준비되어 있었다.

싱잉볼 소리와 함께 마사지가 시작됐다. 받는 동안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깜짝 놀랄 일이 없다는 점이었다. 뜨거운 수건은 발에 살짝 대어 온도부터 느끼게 해주었고, 마사지사가 자리를 옮길 때도 몸에 손을 댄 채 움직였다. 눈을 감고 있어도 어디로 이동하는지 알 수 있었다.
다음 부위로 넘어갈 때는 오일을 먼저 조금 떨어뜨렸다. 안대를 벗길 때도 가장자리부터 살짝 들어, 눈이 빛에 적응할 틈을 주었다.
어깨를 풀어줄 때는 말려 있던 어깨가 다시 펴지는 듯했다. 와이프는 마사지 도중 조금 쌀쌀했는데, 바로 따뜻한 것을 올려주어서 좋았다고 했다.


나는 아로마 마사지 뒤에 몸에 오일이 남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바로 옆에 샤워실이 있어 씻고 나올 수 있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와이프와는 매일 받고 싶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마지막으로 따뜻한 차를 마시니 속까지 온기가 돌았다.
우리가 받은 90분 아로마 마사지는 1인 정가가 3,200,000동. 본보이 20% 할인을 받아 1인 2,560,000동, 두 사람이 봉사료와 세금을 포함해 5,120,000동을 냈다.
본보이 할인을 받아도 베트남 시내의 마사지 가격과는 차이가 컸다. 그래도 이 정도의 서비스를 한국에서 받는다면 두 배는 줘야 하지 않을까? 속으로 생각했다.
예약해둔 저녁 식사
지난번에 저녁을 먹기 위해 잠시 대기한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는 미리 예약하고 방문했다.

새우가 들어간 스프링롤과 랍스터 수프를 애피타이저로 주문했다.


본식으로는 관자 요리와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미디움으로 부탁한 스테이크는 웰던에 가깝게 나왔지만, 그래도 맛있어서 다 먹었다.


직원들이 이것저것 서비스도 주셨다. 시그니처라고 메인 요리도 하나 주셨고(사진이 없다 ㅠㅠ), 디저트 하나와 커피도 필요하면 주겠다고 해서 요청했다.

비행시간까지 남았다면, 디파쳐 라운지
원래는 마지막 날 오후 4시에 체크아웃하고 디파쳐 라운지에 잠시 머문 뒤, 스파에서 마사지와 샤워를 마치고 공항으로 갈 계획이었다. 이번에는 체크아웃 시간을 자정까지 연장받으면서 일정이 달라졌다.
디파쳐 라운지는 객실을 비운 뒤 비행시간까지 머물 수 있는 공간이다. 앉아서 쉬거나 샤워장에서 간단히 씻을 수도 있다. 돌아가기 전 뽀송하게 하고 가라는 배려일까.

샤워실은 칸마다 문이 달려 있었고, 탈의실에는 옷과 소지품을 넣어둘 보관함이 마련되어 있었다.


객실을 비운 뒤에도 마지막 일정까지 편하게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이 이 리조트의 장점이다.
두 번째 방문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첫 방문이 짧게 느껴져 하루를 더 잡았는데, 그 선택은 잘한 일이었다. 아침에는 맛있었던 메뉴를 다시 주문하고, 낮에는 넓은 수영장에서 마음껏 늘어졌다. 짐을 다시 싸야 했던 번거로움도 있었지만, 호텔이 남은 시간을 편하게 보낼 수 있도록 애써준 덕분에 다시 휴식에 집중할 수 있었다.

햇볕 아래에서 수영할 때는 긴장했던 마음이 놓였고, 마사지를 받는 동안에는 말려 있던 어깨까지 펴지는 듯했다. 잘 쉬고 싶어서 다시 왔고, 이번에도 잘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