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겨울. 와이프가 크리스마스는 따뜻한 곳에서 보내고 싶다고 했다. 집에 난방을 더 틀어줄 테니 이불 안 속에 있는게 어떻겠냐고 하니까 기어이 따스한 어딘가로 가겠다고 한다. 와이프의 돌아오는 생일 겸 여행지를 찾아보기로 했다. 그 때 나도 업무로 인해 심적으로 지쳐있었고, 적당한 휴양지에서 잠시 쉬고 싶은 생각이 가득했다.
한국에서 그리 멀지 않으면서도 따뜻한 곳이라면 선택지가 몇 군데 없다. 일본의 남단 오키나와, 필리핀 세부와 보홀, 베트남. 자연속에서 쉬고 싶다는 생각에 여행지가 아닌 호텔부터 찾기 시작했고,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은 JW 메리어트 깜란 베이 리조트 & 스파가 눈에 띄었다.
JW는 깜란 공항에서 가까운 리조트 지대에 있다. 당시 찾아본 항공편은 새벽에 도착하는 편이 저렴했는데, 이곳의 객실료를 내고 잠만 자는 건 아까웠다. 그래서 시내에서 0.5박을 해결하고 주변을 둘러본 뒤, 다음 날 JW로 옮겨 1박을 보내기로 했다.

호텔은 로비부터 탁트인 공간에 있는 반얀트리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주변 경관과 어울러져 있었고 새 호텔의 깔끔한 시설에 푸른 수목이 더해져 자연 속에서 쉴 수 있겠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주는 곳이었다.
신상 호텔이라 아직은
체크인은 좀 황당했다. 당시 나는 메리어트 본보이 플래티넘의 오후 4시 레이트 체크아웃이 보장되는 혜택으로 알고 있어서 요청했는데, 크리스마스 당일이라 객실이 없어서 불가능하다고 했다. 보장되는 혜택으로 알고 있었기에 이럴 수가 있나 싶어서 두세번 다시 요청했으나 돌아오는건 거절이었다. 계속 거절당한 것도 황당했는데, 이야기 할 수록 매니저의 대응이 이상해졌다. 페인트가 덜 말라서 냄새나는 방이 하나 있는데 거기 묵으면 4시까지 머물 수 있다는 제안이었다.
순간 어이가 없었다. 그냥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서 좀 더 강하게 따져야 하나 생각하던 차에 와이프가 옆에서 원래 예약했던 방으로 오후 2시 레이트 체크아웃은 가능하냐고 물었다. 매니저는 웃으면서 "deal!"이라고 외쳤다. 이게 무슨 우스꽝스러운 일인가. 레이트 체크아웃을 흥정해야한다니.
지금 생각해도 황당한 응대였고, 돌이켜 생각해보면 생긴지 얼마 안된 곳이라 아직 오퍼레이션이 자리 잡지 않았겠구나 싶었다. 추가적으로 호텔은 식음료 20% 할인도 해주겠다고해서, 그쯤에서 이야기를 정리하고 체크인을 마쳤다.
숙박을 마친 뒤에도 오퍼레이션이 아쉽다는 생각이 한 번 더 들었다. 인보이스는 내가 요청하기 전까지 보내주지 않았고, 요청한 뒤에야 받았다. 호텔이 문을 연 뒤 시간이 좀 흐른 만큼, 지금은 이런 부분이 나아졌기를 바란다.

생일 장식을 보고 풀린 마음
와이프의 생일겸으로 왔기에 먼저 메일로 와이프의 생일을 알려주었고, 방에 들어가니 Happy birthday 문구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래도 이거라도 어디냐 하면서 체크인에서 받았던 마음이 조금은 풀어졌다.

객실은 따뜻한 우드톤이었고 침대는 단단한 편은 아닌 폭신한 편에 가까웠다. 특이한 것은 방과 화장실은 칸막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어져 있었는데, 칸막이를 열어두면 화장실이 보였다. 사진만 찍고 문은 닫아두어서 넓어보이는 것보다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쪽으로 선택했다.


간식을 먹고, 저녁을 먹고
방에서 좀 쉬다가 밖으로 나와 리조트를 한 바퀴 둘러봤다. 약 22헥타르(약 6만 6천 평)의 리조트 부지에 꽃과 나무, 관목을 포함해 1,000종이 넘는 자생식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문을 연 지 얼마 안 된 곳인데도 키 큰 나무와 풍성한 관목이 들어서 있어, 이제 막 문을 연 티가 그리 나지 않는 조경이 펼쳐졌다. 산책로와 라군 풀 주변에도 나무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산책 중간에는 페이스트리와 아메리카노를 먹고 마시며 쉬었다. 객실에서 쉬고, 밖으로 나와 걷다가 간식을 먹는 식으로 호텔 안에서 시간을 보냈다.


저녁에는 해산물 볶음 소바와 양갈비 구이를 먹었다.


저녁 식사는 조금 놀라웠다. 보통 파인 다이닝에서 느낄 만한 복합적인 맛이 나서 입이 즐거웠다.

수영과 파라솔
수영장 물은 내게 딱 적당히 시원했다. 수영을 좋아하는 나는 열심히 물놀이를 했고, 추위를 잘 타는 와이프는 물이 춥다며 파라솔 아래에서 쉬었다.


리조트에는 인피니티 풀과 라군 풀, 어린이 수영장과 유수풀이 마련돼 있다. 유수풀은 울창한 정원 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진다. 물길 주변에도 풍성한 조경이 펼쳐져 있어, 산책길에서 보던 초록빛 풍경이 수영장까지 이어지는 구조다.


디파쳐 라운지와 스파
이곳은 디파쳐 라운지(Departure Lounge)가 있다. 체크아웃을 했으나 비행시간이 맞지 않은 경우 앉아서 쉴 수도 있고, 샤워를 하는 것이 가능한 공간을 따로 마련해둔 배려가 보였다. 비행기 시간까지 여유가 있을 때 물놀이를 하고 간단히 씻으면 뽀송한 상태로 공항에 갈 수 있는 것은 여행 마지막까지 기분좋게 돌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돌아가는 날 스파를 예약해두었는데, 디파쳐 라운지에서 먼저 씻고 스파를 받으러 갔다. 우리가 받은 프로그램은 90분 아로마테라피였다.
나는 보통 마사지를 받으면 잠에 빠져서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잠결에도 목과 어깨 마사지가 너무 좋았던 게 기억난다. 끝나고 와이프도 목하고 어깨 마사지가 너무 좋았다고 했다.

방에서 쉬다가 나와 나무 사이를 걷고, 나는 수영을 하고 와이프는 파라솔 아래에서 쉬었다. 돌아가는 날에는 둘이 스파를 받았다. 이번 여행에서 호텔 안에 머물며 보낸 시간들이다.
쉬고 싶어서 찾아간 JW 메리어트 깜란 베이는 내게 휴양지로서 정말 완벽한 곳이었다. 여기 머문다면 꼭 돌아가는 날 스파를 예약해서, 마사지 받고 씻은 뒤 공항으로 가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