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 요약
- 투숙
- , 2박
- 객실
- 슈페리어 게스트룸
노을 속 모스크를 보면서 시작한 여행
저녁 무렵 이스탄불 공항에 내렸다. 시내까지 들어가기 위해 잡아둔 우버를 타러 가면서 노을이 남은 하늘과 모스크가 함께 보였다. 이색적인 풍경에 그 순간 정말 이스탄불에 왔구나 실감이 났다.
결혼 1주년을 맞아 둘이 같이 가보지 않은 새로운 곳으로 가고 싶었다. 와이프가 코로나 시절 리라화가 떨어졌을 때의 이스탄불을 불현듯 이야기했고, 미식의 나라로 알려진 만큼 이색적인 음식에 끌려 여행지로 정하게 되었다. 기념일이라고 특별한 이벤트를 정한 여행은 아니었다. 주요 유적지와 가까운 곳에 머물며 잘 먹고 많이 걷는 것이 우리가 바라던 일정이었다.
델타 호텔 이스탄불 카라쾨이는 여행의 마지막에 들른 곳이다. 이스탄불에서 며칠을 보내고 카파도키아를 다녀온 뒤, 마지막 이틀을 보내러 다시 이스탄불로 돌아와 묵은 숙소였다. 2025년에 새로 문을 연 호텔의 깔끔한 객실과 주요 관광지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고, 2박에 54,000포인트라는 조건도 합리적으로 느껴졌다.
작은 로비를 지나 갈라타 타워가 보이는 방으로
이스탄불의 몇몇 주요 시설에는 안전을 위해 입구에 짐 검사대가 있다. 이 호텔도 마찬가지다. 입구에서 짐과 사람에 대한 간단한 검사를 마치고 안으로 들어오면 정면에 작은 바가 보이고, 그 왼쪽으로 로비가 이어진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답답하지 않았다. 산뜻한 향과 함께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과 조명이 섞여 밝고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로비는 잠시 앉아 있기에도 편안한 공간이었다.
오후 3시쯤 도착했고 바로 체크인을 진행했다. 보증금과 신분증, 카드를 확인한 후 프론트 직원은 기존에 예약한 방에서 갈라타 타워가 살짝 보이는 방으로 업그레이드했다고 설명해줬다.
방에 들어오자마자 짐을 내려놓고 와이프와 함께 커튼을 걷었다. 직원의 말처럼 갈라타 타워가 저 멀리 조그맣게 보였다. 정말 조금 보이는 정도였지만, 그래도 이스탄불의 건물과 함께 어우러진 갈라타 타워가 마음을 살짝은 움직였다.



객실은 깔끔하고 아늑했다. 문을 연 지 얼마 안 된 호텔이라 마감에도 사용감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캐리어 두 개를 펼치기에 공간이 충분했고, 야식을 함께 먹을 테이블과 의자 두 개도 있었다.
침대는 단단한 쪽도 푹신한 쪽도 아닌 중간 정도였다. 내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 암막이 잘돼서 늦잠을 자기에도 좋았다. 냉방도 잘 됐지만, 늘 그렇듯 와이프와 선호하는 온도가 달라서 조금은 덥게 잤다.
복도의 소리는 조금 들리는 편이었고, 도로에서 가끔 경적 소리도 들려왔으나 잠에서 깰 만큼 거슬리지는 않았다. 샤워기 수압은 정말 셌고, 온수와 배수에도 문제가 없었다.

항구와 가까운 위치
카라쾨이 델타는 항구와 가까운 뭄하네 거리와 가까운 곳에 있다. 항구와 갈라타 다리, 갈라타 타워가 가까웠고, 돌마바흐체 궁전 쪽으로 이동하기에도 편한 위치였다. 머무는 동안 트램과 버스, 페리를 모두 이용했다. 주변에는 맛집도 많아서 관광지를 다닌 뒤 저녁에 걸어서 술 한잔하거나 먹을 것을 사 오기 좋았다.
이스탄불 야식 투어에서 갔던 고등어 케밥집 발릭 뒤림(Meşhur Marmara Balık Dürüm)이 이 주변에 있었다. 먹기 전에는 한국인에게 밥반찬인 고등어가 케밥 안에 들어간다는 것이 상상이 안 갔는데, 적당히 간이 밴 고등어와 야채, 소스가 너무 잘 어울렸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들르다 보니 세 번이나 갔다.
바클라바 가게 카라쾨이 귤류올루(Karaköy Güllüoğlu)도 이 주변에 있었다. 우유 바클라바를 전통 차인 차이(Çay)와 함께 먹으면 따스한 단맛이 입안에 퍼진다. 여기도 세 번이나 갔는데, 호텔이 가까워서 덕을 크게 봤다.


델타 팬트리
호텔에는 별도 라운지가 없었지만, 플래티넘 이상이 이용할 수 있는 델타 팬트리가 있었다. 이스탄불에서는 여행하는 동안 물을 계속 사 먹어야 했는데, 이 팬트리 덕에 물을 원하는 만큼 가져다 먹을 수 있었다.
하루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오면 다음 날 마실 물을 꺼내 갔다. 객실에서 라면을 끓일 때도 사용했고, 밖으로 나가 필요할 때마다 마셨다. 물을 돈 주고 사는 게 익숙지 않다 보니 이렇게 물을 사서 마셔야 하는 나라에 오면 무의식적으로 수분 보충을 덜 하게 되는데, 팬트리 덕에 편하게 마실 수 있었다.
예약 전에 읽었던 다른 블로그에서는 플래티넘 회원에게 조식을 제공한다고 했지만, 이번 숙박에서는 웰컴 기프트로 1,000포인트만 안내받았다. 조식은 없는지 물으니 제공하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 점은 좀 아쉬운 부분.

커피 한 잔 할 수는 없었지만
공항으로 돌아가는 날, 레이트 체크아웃을 신청해서 오후 4시까지 여유가 있었다. 점심때 느지막이 일어나서 여행 중 가장 맛있었던 것을 한 번씩 더 먹었다. 먹고 나서 호텔로 돌아와 뽀송뽀송하게 출발할 수 있게 샤워를 하고, 커피 한 잔 하러 루프톱으로 올라갔다.

루프톱에 커피를 마시러 올라갔지만 메뉴판에 커피가 없었다. 이후에 온 직원이 여긴 음식점이라 커피가 없다고 하며, 커피가 마시고 싶으면 아래에서 만들어서 가져다주겠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그렇게까지 마시고 싶었던 것은 아니라 공간만 둘러보겠다고 대답했다. 커피는 없었지만, 친절함은 기억에 남았다.
루프톱은 말 그대로 뻥 뚫려 있었다. 한쪽에서는 방에서 보이던 갈라타 타워가 보였고, 반대쪽에서는 붉은 지붕 너머로 보스포루스 해협이 보였다. 아침엔 조식당으로 활용된다고 하던데, 여기서 아침을 먹으면 예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려왔다.


잘 먹고 많이 걷자는 이번 여행에 충실한 호텔이었다. 관광지를 다니거나 저녁에 술 한잔하러 나가기 편했고, 돌아오면 깨끗하고 아늑한 방에서 푹 쉴 수 있었고. 호텔의 깔끔함과 카라쾨이 골목이 가진 매력이 어우러져 결혼 1주년에 맞는 잊지 못할 기억이 되었다. 다음에도 고등어 케밥을 들고 찾아 올 수 있기를.
